무작정 기다리는 응급실에도 ‘급행서비스’ > 미국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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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기다리는 응급실에도 ‘급행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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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연 1만달러 내면 즉시 진료, 부유층·유명인사들 이용
▶ 진단·검사결과 즉시… 수술 시설은 안 갖춰

■ 회원제 케어 ‘컨시어지’ ‘프라이어리티’

병원 응급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시간이 긴 이유는 응급상황이 아닌 사람들도 찾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피를 흘리거나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우선을 치료해준다.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경미한 부상 환자는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맞춤형 회원제 응급실이 운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회원제 응급실을 들여다봤다.

일요일 새벽 3시, 허브 윌슨씨의 부인은 뉴욕 아파트 화장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찌었다. 처음이 아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여러차례 넘어진 전력이 있었다. 남편 윌슨씨의 마음이 조급해 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79세의 윌슨씨는 얼마전 비슷한 상황에서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검사를 마치고 집에 올때까지 무려 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사에게 연회비를 내는 ‘컨시어지’(concierge) 응급실을 찾았다.

허브씨는 “새벽 3시15분 전화를 했는데 병원에서 오라고 했다”면서 “15분후 도착했는데 의사와 촬영기사, 간호사가 글자 그대로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찾은 곳은 ‘컨시어지’ 응급실을 운영하는 ‘프라이어리티 프라이빗 케어’(Priority Private Care) 병원이다. 이곳에서 CT를 촬영하고 즉석에서 결과를 판독해 줬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 시간은 도착한지 불과 40분도 지나지 않았다.

윌슨 부부가 병원에 내는 연회비는 1만 달러. 윌슨씨와 부인, 그리고 딸이 병원 응급실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치료비는 방문당 별도로 계산된다.

■급행 의료 서비스 제도

돈을 더 내고 더 빠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공평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온 서비스다.

회비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시어지’ 의사들은 의료비를 깎는 보험회사를 통하지 않고 종종 환자에게 직접 돈을 청구한다. 이들은 연 회비를 받지만 방문 비용은 별도로 청구한다. 대신 환자들은 의사를 즉시 만날 수 있고 또 상담도 남들보다 길게 받는다.

미국내 유명 병원들 역시 이런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을 낼 수 있는 돈많은 사람들이나 유명인사, 해외 부유층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은 ‘고급 서비스국’을 두고 있고 웨일 코넬 병원도 해외 환자 서비스국을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 대기 시간 줄인다

그런데 응급실은 가장 아픈 사람을 최우선을 치료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총에 맞았다면 곧바로 치료를 받는다. 안정된 상태라면 기다려야하고 또 누가 더 응급 상황인가에 따라 더 기다릴 수도 있다.

뉴욕의 공공 이익을 위한 조사 전문 비영리 단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에 따르면 뉴욕 주의 경우 환자 한명당 응급실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이며 어떤 병원은 5시간까지 걸린다.

응급실 대기는 일반적이다.

메릴랜드의 경우 평균 3½시간이며 노스다코타는 대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라 1½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에 짜증 내지만 어찌할 수도 없이 따라야만 한다. 이런 점을 이용해 ‘프라이어리 프라이빗 케어’는 경비를 감당할 수 있고 좋은 혜택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콘시에즈’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전문의이자 내과의사인 버나드 크루거 박사는 18개월전 2명의 파트너와 회사를 시작했다. 크루거 박사가 히사를 시작하기 전 지난 15년동안 다른 병원에서 ‘컨시어지’ 서비스를 해 왔지만 특히 주말 환자가 다쳐 X-레이 촬영과 혈액검사를 해야할 때는 한계가 있음을 잘 보아왔다. 그는 어느날 말에서 떨어진 여배우 환자를 진료한 후 ‘컨시어지’ 응급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배우를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으로 옮겼는데 5시간이나 기다렸다가 CAT스캔을 했다”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별로 상당수 운영

텍사스에도 이런 ‘컨시어지’ 응급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조금은 다르다.

주정부는 독립 응급실로 승인해 주는데 상당수가 ‘컨시어지’처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의 장점은 환자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응급실을 통해 더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프라이어리티’처럼 총상을 입었거나 수술이 필요하다면 응급실 스탭들이 병원 응급실로 옮겨도 준다.

달라스 지역의 ‘코펠 ER’의 하비 캐스트로 메디칼 디렉터는 “환자들이 가는 검사실마다 동행해 그들과 함께 한다”면서 “환자들의 애견을 산책시키고 또 자녀들을 픽업하는 별도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회비 대신에 코펠 ER는 보험회사에 청구서를 보내 응급실 치료비를 많이 청구하고 해 응급실 수지를 맞추고 있다.

■‘프라이빗 케어’

회비는 가족이 많을수록 줄어든다. 윌슨씨의 경우 자신은 5,000달러, 부인은 3,000달러 그리고 딸은 2,000달러다.

이곳은 현재 350가정 1,100명이 가입돼 있다.

올라노우 공동대표는 회원 정원을 대략 2,000~2,500명으로 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하루에 2명의 의사와 보조의사가 4~5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응급실 의사는 1시간에 3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한다.

그러나 병원 응급실처럼 비상 상황이 아닌 환자들도 진료한다.

이곳에서 불과 몇블럭 거리에 거주하는 윌슨씨는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에 작은 종기가 생겼는데 ‘프라이어러티 프라이빗’에서도 치료를 해주는지 몰랐다면서 “전화를 했더니 내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없을 때는 모든 질병을 다 진료 받을 수 있다.

■ ‘프라이어리티 프라이빗 케어’ 진료소

‘프라이어리티 프라이빗 케어’ 진료소는 세련되고 현대식이다. 벽에는 컥 클로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잘 훈련된 직원들과 검사 결과를 빨리 시행해 의사의 진단을 도와주는 촬영기계와 혈액검사실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크루거 박사는 “환자를 즉시 볼 수 있고 또 진단을 즉시 할 수 있으며 치료도 바로 해 줄 수 있다. 항상 의사가 함께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예를 들어 이곳은 수술 센터는 아니다. 총상 환자를 치료할 장비는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트루벤 헬스 아내리틱스’에 따르면 보험을 갖고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의 ¾은 응급실 수준의 치료를 요하지 않는 질병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으로 많은 대기시간이 소요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1억4,100만명이 병원을 찾고 있으며 이중 1,120만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고 또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의 약 1% 수준인 180만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프라이어리티 프라이빗 케어’는 3가지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 첫째는 응급치료이며 둘째는 전문의 네트워크에 연결해 환자가 전문의에게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며 세 번째는 일과시간 이외의 시간 또는 주말에 감기, 목통증과 같은 일반 질병 치료다.

이곳은 병원 응급실과는 다르다. 병원 응급실은 누구든지 걸어 들어와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프라이어리티 프라이빗 케어’는 이런 환자를 받을 의무는 없다.

공동 대표인 올라노우는 “물론 누군가가 피를 흘린다면 환자를 안정시키고 한블럭 반 거리의 인근 병원 레녹스 힐로 이송시킨다”고 전했다.

이곳은 뉴욕주정부로부터 어전트 케어(urgent care·긴급 치료소)로 허가를 받았다. 또 커뮤니티 봉사 차원에서 동네 어린이와 교사들을 무료 진료해 준다.

<김정섭 기자>
미주 한국 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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